<기고> 신동헌 도시농업포럼 대표

도시농업은 농업-농촌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직업이 아닌 취미나 여가활동, 교육, 체험 등의 목적으로 소비자국민이 스스로 뭔가를 가꾸고 기르는 농사행위이다.

대개가 작은 손바닥만한 텃밭을 마련하고 도시라는 공간에서 소량의 채소를 기르며 도시환경과 우리밥상에 관심이 많은 순수한 아마추어리즘 도시농사꾼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농사방식만은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진짜 농사꾼도 쩔쩔매는 제초제나 화학농약 사용은 금물이고 어떤 이는 비닐까지도 멀리하며 농사를 짓는다. 도시환경과 생태를 살리면서 나름 밥상과 동시에 도시를 구한다는 자부심이다. 
 
도시농업이 대세인 시대에 살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2010년 15만3천명이었던 도시농사꾼은 2016년 열배이상 늘어났고 텃밭면적도 마찬가지 8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2012년 도시농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법률이 발효된 이후, 자치단체 별 도시농업관련 조례제정도 전국적인 기현상이 되었다. 도시농업박람회도 그 중 하나이다. 크고 작은 박람회가 봇물을 이뤄서 올해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 10여 곳에서 성행종료 되었다.

도시농업의 열기는 교육계로도 번지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텃밭활동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고 씨앗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접목되어 운영 중이다. 흙속 지렁이를 친구로 찾아내고 잡초 뽑기와 벌레잡기를 하면서 친환경 채소의 어려움을 느끼도록 한다. 모내기 체험과 가을 벼 베기도 마찬가지다.

우리 쌀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는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이젠 아이들이 가장 즐기는 텃밭놀이다. ‘채소 먹는 날’ ‘토마토 먹는 날’이 정해지고 학교 김장을 담그기를 통하여 아이들 입맛교정을 돕는 학교도 점차 늘고 있다.

농식품에서 주최한 꿈틀어린이텃밭학교의 사례는 좀 독특한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해에 출범했다. 농식품부 장관을 교장 선생님으로 위촉하고 50가족의 어린이와 부모, 조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3세대가 함께 다니는 텃밭학교로 학교 밖 텃밭학교의 형태다. 흙과 생명농업을 통하여 창의와 어린이 인성교육의 가치를 살린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농업계에 희망을 살리고 있다.

어린이에게는 미래에 대한 꿈을 갖게 해주는 일, 부모세대에게는 우리농산물의 소중한 가치와 어려운 농업농촌을 이해시키는 일,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참여함으로써 느슨하고 서먹서먹한 가족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역할이다.
 
농업은 그간 도시소비자에겐 관심 밖 대상이었다. 우리가 먹는 채소는 농촌이 아니라 ‘마트’에서 나온다고 인식할 정도로 무관심했다. 하지만 텃밭농사에 참여하는 도시농사꾼들은 스스로가 가꾸는 텃밭활동을 통해서 우리밥상의 고향을 알고 로컬후드 중요성이나 배추 한 포기를 생산하기 위하여 얼마나 농민들이 많은 땀을 흘리고 고생을 하는 줄 알게 되었다.

화장한 채소보다는 화장 안한 구멍 송송 채소도 선호할 줄 아는 지혜도 생기게 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태조사에 의하면 텃밭참여자들의 국산농산물 구매의사는 67.6%로 미참여자 59.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도시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정의 한 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8월 박근혜 농정평가에서 도시농업은 열 번째 항목에 편입되었다. 5% 생산농민만을 위한 정책에서 95% 소비자국민을 생각으로의 농업으로의 인식이다.

올해도 도시농업은 도농상생을 주제를 잘 소화해 내었다. 서울도심곳곳에 우리 농산물 팔아주기 행사가 열리고 김장담기 행사를 통해서 배추 한 포기라도 더 소화하려는 노력이 도시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제까지도 우리농업 농민들은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FTA의 어려움, 수입농산물, 풍년이 들면 풍년이 드는 대로 흉년이 들면 흉년이 드는 대로 힘든 게 농업이었다. 농민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이해할 줄 아는 국민이 나서도록 판을 깔아 주어야 한다. 그게 도시농업이다.

농민들 마음속에 도시농업이 든든한 우군으로 자리하는 날이 하루 속히 오도록 도시농업이 도시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호박벌은 호박꽃으로 들어가야 수정이 되고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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