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최병길 前광주로타리클럽 회장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로완’이 되라! 만약 당신에게 ‘가르시아 장군에게 편지를 전하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임무가 떨어진다면, 과연 당신은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할 것인가? 당시 미국은 쿠바를 둘러싸고 스페인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쿠바의 깊은 밀림 속에 숨어 지내는 반 스페인군 지도자 가르시아 장군에게 대통령편지를 전해야 했다.

모두들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그 곤란한 임무를 아주 훌륭하게 수행해낸 사람이 바로 ‘로완’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교였다. 저자인 ‘알버트하버드’는 이 영웅담을 이용해 우리 사회에 로완과 같은 인물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짧은 이야기로 만들었다. 각 나라마다 앞 다투어 이 이야기를 번역하여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됐으니, 이제(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는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책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성경과 함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책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나는 그가 어떻게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를 받았고 그것을 방수가 잘 되는 작은 봉투에 밀봉했으며 잃어버리지 않도록 자신의 가슴에 가죽끈으로 잘 동여맨 뒤 작은 배에 몸을 싣고 사흘 밤낮을 달려 쿠바 해안에 상륙했으며 정글 속으로 사라진 뒤 3주 만에 가르시아 장군에게 편지를 전하고 정글 반대편 해안에 무사히 도착했는지를 구구하게 설명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꼭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대통령이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를 건넸을 때 로완 중위는 묵묵히 편지를 받았을 뿐 “그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교책상 앞에 앉아 주워듣는 단편적인 지식 따위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잡다하고 복잡한 가르침도 아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로완처럼 어깨에 힘을 주고 힘껏 가슴을 펴는 일이다.

혼자서 도전할 줄 아는 패기로 신뢰를 목숨처럼 여기고 자신의 생각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며, 무섭게 집중하여 가르시아 장군에게 전할 편지를 들고 적진으로 향할 줄 아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가르시아 장군과 로완 중위는 이미 죽고 없다. 하지만 아직 세상에는 우리가 찾아 나서야 할 수많은 가르시아장군이 가득하고 장군을 찾기 위한 로완 중위와 같은 사람이 절실한 시대이다. 어렵게 일으킨 자신의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어리석고 무능한 사람들로 인한 뼈저린 절망감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한 가지 일에 제대로 전념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부산스럽고 산만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보려고 노력하기보다 그저 타인의 도움을 바라고 기다린다. 그뿐인가. 일은 대충대충 하는 데다 무관심하고 부주의하기 짝이 없다. 옷깃을 부여잡고 강제로 하게 하지 않으면 절대 스스로 일을 하는 법이 없다.

자 이렇게 한번 상상해 보자. 당신이 지금 사무실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주위에 당신의 부하 직원 여섯 명이 함께 있다. 그 중에 한사람에게 “코레조(르네상스 전성기를 대표하는 북이탈리아파 화가)의 생애에 대해 알고 싶은데 백과사전을 찾아 그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주겠나?”, “예, 잘 알았습니다”라고 답하고 묵묵히 부탁 받은 일을 처리하는 직원이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의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자세로 삐딱하게 서서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 뻔하다. 코레조가 누구죠?, 어디서 나온 백과사전 말인가요?, 제가 그런 개인적인 심부름이나 하려고 여기서 일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대부분의 직원은 ‘코레조’를 찾다가 결국 찾아보니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보고할 것이다. 부탁 받은 일에 흔쾌하고 기분 좋게 “네, 잘알겠습니다”라는 말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 우리 주변에서 이런 사람을 찾기는 너무도 쉽다.

묵묵히 임무를 수행한 로완 중위, 문명이란 그런 사람을 찾아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기나긴 여정이라 할 수 있다. 가르시아 장군에게 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이든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세상에는 지금도 이런 사람을 찾고 있다. 모든 기업이나 사회 직장에서 항상 이런 사람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 가르시아 장군에게 편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서나 필요하다. 현재, 그리고 어디에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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