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4년 청년 괴테가 ‘젊은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하자 당시 사회는 소설속 주인공인 베르테르가 샤롯데와의 실연의 고통으로 권총 자살한 것을 모방한 젊은이들의 자살이 한 때 만연되는 풍조를 보였다. 이러한 자살의 전염성을 『베르테르효과(the Werther effect)』라 부르게 되었다.
 
자살의 동기를 보면 다양하다. 사회나 국가에 대한 강한 의사표현의 방법으로 죽음을 택하는 경우가 있고, 개인적인 명예훼손이나 삶의 고단함을 이유로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
OECD국가중 우리나라의 자살증가율이 1위라는 보도가 몇 일전 발표되었다.

우리사회는 IMF이후 현저한 자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82년 10만명당 자살자가 4.8명이던 것이 2002년 19.13명으로 약 5배정도 크게 증가하고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0년 1만1794명,2001년 1만2277명,2002년 1만3055명,2003년 1만3005명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40분마다 1명씩,하루에 36명이 고귀한 생명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삶속에서 본인의 죽음을 생각해 보게된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자살충동은‘N자형’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기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 홍역처럼 사춘기를 겪을 때 자살충동을 많이 느끼고 나이가 들어 인생의 황혼기에 삶의 회의를 느끼며 또한 높아진다고 한다. 통상적인 패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사회의 ‘자살만연풍조’는 실로 우려 수준을 너머서고 있다. 이미 빈곤층의 급속한 확산으로 생활고에 기인한 자살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회 지도층의 자살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삶의 무게를 어렵사리 견디고 있는 계층에게 소위 상류계층의 자살은 오히려 자살충동을 배가시킨다고 할 것이다.

최근 수년간의 자살급증을 두고 언론을 비롯한 사회일각에서는 ‘생명경시풍조’가 만연된다며 자살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자살은 죄악이라며 극단적인 이기심의 발로로 자살자는 삶의 패배자이며 자살을 비겁한 행태로 몰아 부치는 의견이 언론에 자주 보인다.

일부 자살자의 동기를 보면 일면 그러한 면도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입장에서 소중한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다수의 원인이 생활고를 비관한 죽음이고 보면 자살자를 매도하기전에 살아있는 우리는 자살자에 대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할 것이다.

󰡒오늘날 더불어 살기에 행복하지 못한 세상을 만든 장본인은 너와 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을 저버리는 이들은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에 의해 타살된 것이다.󰡓


절대적인 빈곤계층이 가속화되고 상대적인 빈곤감이 극치를 더해 가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기득권과 패권에 의해 자본의 논리가 계속 강요되고 인간성 위에 군림한다면 삶의 짓이기는 무게를 못 견뎌 깃털처럼 가벼운 영혼의 자유를 구하는 이들이 가속화되는 것 또한 너무도 당연한 현상 아니겠는가.

신이 축복 속에 탄생의 기쁨을 누리게 하고 삶의 노래가 찬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함에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이 땅에 더 이상 신의 축복이 있을 수 있겠는가

삶을 포기하는 이들이 급속히 증가하는 이 현상을 두고 자살방지를 위해 한강다리 난간의 울타리를 높인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다.

비정한 세상을 등지는 이들을 지탄하기에 앞서, 오늘을 살고있는 너와 내가 이 순간순간 상대방의 가슴에 자살의 충동을 느끼게 하는 말과 행동의 비수를 얼마나 던지고 있는지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살아있는 자들은 진정 삶이란 무엇인가를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하는 가를 삶 속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삶의 저편 죽음이라는 동전의 양면 속에서 삶의 모습을 재조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적어도 생활고로 죽음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박해권은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경제학 석사)을 마치고 (주)천하제일사료 구매부에 입사하여 해외원자재 선물거래 딜러로 활동하였다. 이후 '삐삐콜'이라는 무선호출안내장치를 개발하여 새로운 개념의 광고서비스 사업을 전개하는 (주)아드맥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고, 지금은 공동체문화 창조의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주)광주뉴스의 대표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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