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탓이라고는 하지만 더워도 너무 덥다. 선풍기 앞에 앉아도 온 몸이 끈적인다.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 때문에 무기력증에 시달리기 일쑤다. 어서 여름이 갔으면……. 하지만 이 더위 또한 얼마나 가랴.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는 처서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모기가 입이 삐뚤어진다는 가을이 곧 올 것이다.
 
8월은 음력 7월로 입추와 처서, 말복이 있어 무더운 가운데에서도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뿐만 아니라 칠석과 백중이 들어있는 달이기도 하다.

처서라는 말은 ‘더위를 처분한다’는 뜻이다. 아녀자들은 옷을 말리고, 선비들은 책을 말릴 만큼 바람이 선선해진다. 이 무렵은 김매기도 끝나 농가에서는 한가한 때다. 그래서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는 뜻으로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음력 7월 7일 칠석날에는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 놓고 밀전병과 햇과일 등을 갖추어 가족들의 건강과 집안의 평안을 비는 칠석치성을 드린다. 절에서도 칠성각에서 무병장수를 비는 치성을 드린다. 견우와 직녀가 한 해에 한 번 만나는 해후의 달이기도 하다.

칠월에는 민속명절인 백중이 들어있는데, 이 백중에 ‘우란분재(아귀들이 모여 사는 세계에 떨어진 망령을 위하는 제사)’라는 불교행사가 열린다. 이때 각종 음식과 백가지 과일을 구비하였는데, 이 백중날의 ‘백중’을 백 가지 과일을 의미하는 백종(百種)으로 해석해서 백중이 되었다는 유래도 전해진다. 지방에 따라 김매기가 끝남을 의미하는 ‘호미씻이’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이제 무더위도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곧 선선해질 가을을 상상하며 더위를 달래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