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천주교에서 '내탓이요'라는 운동이 한동한 활성화되어 승용차에 스티커까지 부착하며 유행했던 적이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크고작은 대립과 갈등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상호간에 다툼과 분쟁이 발생할 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의 문화가 얼마나 성숙되어있는가에 따라 그 사회의 높낮이가 결정된다고 생각된다.

흑백논리에 익숙해온 우리사회는 양비론(兩非論)이나 양시론(兩是論)등을 회색(灰色)이라 여기며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지배적이었다.  21세기 선진 정보혁명의 사회는 개인 및 계층간의 서로 다른 다양성을 상호 존중하고 이해하지 않고서는 첨단 정보통신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사회문화를 창출해 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빛의 속도로 정보가 전달되어지는 초고속 정보시대에 우리 모두는 각각 정보의 생산자이며 동시에 소비자인 것이다. 더불어 함께 존재하는 사회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기본 도덕과 양심등 기본 예의범절이 갖추어지지 못한다면 그 후유증은 실로 가공할 핵폭탄과 맞먹을 정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릇 모든 갈등엔 관련 당사자가 있고 크건 작건 당사자 모두에게 갈등과 대립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외손뼉으로 소리를 낼 수 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흔히 내 입장에서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성숙한 사회로 이행하려면 스스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에 인색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행위는 일으키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잘못이 있었다면 바로 뉘우치고 사과할 수 있어야하며 그리고 용서할 수 있어야하는 것이다. 화해와 용서가 충분히 뒤따르지 못하는 사회일수록 갈등과 대립의 골은 더욱 깊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 우리사회는 변화와 개혁이라는 기치아래 구태를 벗고 새로운 사회로 이행해야한다는 당위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개혁이 중요하더라도 개혁의 조급증으로 인해 개혁이 갈등의 주제가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소망하는 새로운 가치관은 모두가 더불어 누릴 수 있는 문화이어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개혁논쟁이 대립의 원인이 되어 공멸(共滅)을 자초한다면 차라리 더디 가는 편을 택하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 옳은 길일 것이다.

 새로운 시대로의 이행엔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에너지가 충분치 않고서는 개혁의 드라이브는 원활하지 못할 것이다. 개혁은 어느 세력이나 집단에 의해 주도되고 주창될 수 있지만 모두가 받아들이고 누리지 못하면 완성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개혁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만을 위한 이기심으로 내민 손을 거둬들이고 '외손뼉 만들기'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때 새로운 세상은 우리가 개혁의 깃발을 들고 굳이 찾아 나서서 않더라도 이미 우리 곁에 당도해 있을 것이다.

박해권은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경제학 석사)을 마치고 (주)천하제일사료 구매부에 입사하여 해외원자재 선물거래 딜러로 활동하였다. 이후 '삐삐콜'이라는 무선호출안내장치를 개발하여 새로운 개념의 광고서비스 사업을 전개하는 (주)아드맥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고, 지금은 공동체문화 창조의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주)광주뉴스의 대표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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