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동헌 도시농업포럼 대표

국회생생텃밭은 농사짓는 국회의원 중심의 텃밭 동아리 모임이다. 미국에 백악관 텃밭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국회생생텃밭이 있다. 2015년 4월 8일 당시 50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텃밭 문을 열었다. 올해는 4명이 늘어났다. 국회의원 54명이 참여한 가운데 땀을 흘린다. 위치는 국회 헌정회관 가까이에 있고 넓이는 120평으로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이 공간에서 의원들은 개인 별로 심고 싶은 각가지 채소들을 심을 수 있다.

상추나 고추, 가지는 기본이다. 어떤 국회의원은 팔뚝만한 작두콩을 선보였고 완두콩, 옥수수, 조선오이를 생산하여 한껏 여름을 맛나게 보내는 국회의원도 있다. 여성 국회의원의 참여도 많다. 여성의원들은 주로 메리골드나 한련화 등 식용을 겸한 꽃이나 허브, 쌈을 싸 먹는 채소류를 좋아한다. 직접 기른 채소를 이용하여 점심도시락을 즐기는 모양이다.

국회생생텃밭은 미래 국회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역사의 한 장으로 기록되었다. 대표는 시골 경험이 많은 정세균 의원(지금은 국회의장)께서 맡았고, 여당 간사는 취미가 농사꾼이고, 야당간사는 시골 진짜 농사꾼 출신이다. 시작은 국회의 잔디를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 되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거들었고 잔디를 걷어냄으로써 권위와 특권으로 꽉 찬 그간의 국회 이미지를 땅에 함께 내려놓았다. 좀 더 낮은 곳에서 뭔가를 기르고 땀을 흘리는 생산적인 국회의 모습으로의 변신이다.

자연스럽게 잔디를 걷어낸 그 자리는 생명이 자라나는 텃밭이 되었다. 봄에는 감자를 심어서 7월에 '탱글탱글 감자캐기‘ 행사를 진행 하였고, 여름에는 열무를 두 번 파종하고 두 번의 수확이 이루어졌다. 10월에는 하얀 메밀꽃을 피어내어 늦가을 국회의 메밀향연을 누리는 호사를 즐길 수 있었고, 토크쇼를 열어서 도시농업의 가치를 토론도 해보고 텃밭에서 생산되는 생산물은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농사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호미질이 서툴고, 채소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농사를 짓는다. 텃밭1.5평 농사가 1,500평 농사같이 힘들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특유의 노력과 정성으로 대한민국 헌정 사상 국회 내에 최초의 호박꽃을 피어내었다. 또한 고추, 토마토, 호박, 오이 등이 주렁주렁 달리는 이벤트가 연출된다. 국회에서 흙을 만지며 땀을 흘리는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아니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여야가 첨예한 갈등을 빚다가도 벌나비가 날아드는 텃밭에만 나오면 서로가 이심전심 통하는 동료이며 이웃이 된다. 수확한 감자와 열무는 국회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에게 전달되었고 지난해 담근 2천포기 김장배추도 어려운 소외계층에게 전달되었다.

국회생생텃밭의 활동기간은 짧았지만 그간 국회생생텃밭은 농업홍보의 좋은 연결고리 역할을 하였다. 지난해 12월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와 함께 한 김장2천포기 나눔 행사와 돼지수육 먹기 홍보행사가 좋은 사례다. 보도자료 한 장도 쓰지 못하고, 42개 매체에서 방송 신문 등 총 87건이 노출되었다. 지난달 6월30일 치러진 20대 국회텃밭 개장식 행사도 마찬가지다. 수출삼계탕 홍보가 주제이었다. 여러 언론매체에서 다뤄주었고, 마침 전날 중국으로 수출삼계탕 20톤 선적이 이루어져 좋은 홍보의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그 중심은 농민, 양계농민대표들이 중심에 섰고 국회의장을 비롯한 농식품 장관과 수십 명의 국회의원, 그리고 5백여 내빈들로부터 그간의 노고에 대한 큰 박수를 받아 냈다.

2010년 도시농업의 개념이 만들어진 이래 도시농업의 중요성, 즉 도농상생의 가치는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도시농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조를 보면 도시농업의 목적이 명확하게 나와 있다. “자연친화적인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도시민의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 도시와 농촌이 함께 발전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아직도 도농 간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잔존해 있고, 국회생생텃밭도 예외 공간으로 피해 갈 수는 없다.

여기에 국회를 바라보는 누적된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국회의원은 가장 존경 받아야 할 사람이지만 이젠 반대로 가장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SNS 창에 국회생생텃밭 소식이 오르면 아직도 불특정 국민의 감정조절이 안 된 표현들이 툭툭 불거져 나온다. “농사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그런 짓거리를 하지 말고 나라 일이나 열심히 하라!” “레알농부를 조롱한다” “의정활동에 눈코 뜰 새 없을 의원들이 직접 쪼그리고 앉아서 풀 뽑고 약통 메고 그럴 건가?” 어떤 이는 맨발로 농사를 짓는 국회의원까지 타박을 한다. “요즘 누가 맨발로 농사를 짓는 답니까?”

국회생생텃밭의 구성을 보면 벼를 보고 “벼나무”라고 불렀던 젊은 세대가 많다. 감자밭의 감자를 옆에 놓고도 “저게 무엇인가요?”하고 묻는 국회의원들이 대부분이다. 아마 너른고을 광주에서 배출한 소병훈, 임종성 의원의 수준도 크게 낫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럼 이들에게 무엇을 전달해 줄 것인가? 올해 목표는 흙을 묻히는 일이다. 54명의 국회의원 전원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은 나와서 손에 흙을 묻히고 채소를 가꾸게 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농촌에는 생기가 돌고 우리농업의 자부심은 커지리라 생각한다. 농업인의 고충과 어려움을 이해하는 일도 한 줌의 흙을 만지면서 시작된다.

농사짓는 국회의원들이 아름답다. 땀 흘리는 국회의원들이 아름답다. 비록 쇼라고 느껴질지라도 그래도 아름답다. 이를 타박하고 나무라서는 안 된다. 잘한다! 멋있다! 격려하다보면 국회의원의 얼굴에 웃음이 돌고 그 웃음은 우리농민의 땀으로 바뀌어서 멋진 도농상생의 틀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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