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최병길 前광주로타리클럽 회장

“두뇌는 훈련하는 대로 된다.” 실력이 뛰어난 분야의 전문가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앞서있다. 이들은 단 1초라도 빨리 다음에 나올 동작을 예측할 수 있다. 실력이 탁월한 음악가는 평범한 사람보다 악보를 빨리 보고, 엄청난 속도로 글을 칠 수 있는 타이피스트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빠르게 글을 본다.

그렇다면 만약 훨씬 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떨까? 앞으로 5년 후 혹은 50년 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면? 특정한 분야에 엄청나게 능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여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연습을 한 사람에게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람이 있다.

두뇌가 훈련하는 대로 된다는 것을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세계 최대 인터넷 재벌이 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대표다. 손 대표는 1957년 재일교포 3세로 번지수도 없는 부락의 함석지붕이 너덜너덜한 집에서 태어났다. 간난 했을 뿐 아니라 민족적 차별로‘조센짱이라며 이지매를 당해야 했던 소년에게 학창 시절은 고달품의 연속이었다. 더욱이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자 어머니 혼자서 살림을 도맡아야 했고, 한 살 위였던 형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어머니를 도왔고,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중학생 손정의는 앞으로 훌륭한 사업가가 되어 집안을 일으키겠다고 결심했다.

도전과 응전의 법칙은 손정의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된 셈이다. 다행이 아버지의 병세가 회복되고 집안사정도 나아지자 그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혈통에 대한 차별이 없는 곳에서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쳐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 검정고시를 칠 때 감독관에게 “영어 실력을 보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사전 사용과 시험시간 연장 허락을 받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1977년 버클리대학 경제학부로 편입에 성공한 그의 나이는 19세로 그는 이때 인생의 50년 계획을 세운다. 20대에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고 회사를 세운다. 30대에 1,000억, 2,000억엔 규모의 사업자금을 모은다. 40대에 1조 엔을 셀 정도의 규모로 한판 승부를 건다. 50대에 사업 모델을 어느 정도 완성하다 60대에 사업을 이양한다.

대학시절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며 발명한 전자음성번역기를 팔아 1억엔의 종자돈을 만들었다. 24살 때 자본금 1,000만 엔으로 소프트뱅크를 세웠다. 당시엔 아르바이트 사원 두명뿐이었다. 그는 허름한 창고를 개조한 회사 사무실에서 사과궤짝 위에 올라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는 5년 이내에 매출 100억 엔, 10년 후에는 500억 엔, 언젠가는 1조 엔대의 기업이 될 것입니다.” 손 회장이 열변을 토한 바로 다음 날 사원 두명은 “사장이 이상하다”며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는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듯한 재빠른 판단력으로 전자오락과 개인용 컴퓨터(PC) 붐을 타고 파죽지세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그의 계획은 현실로 되었고, 막대한 부를 일구고 성공을 이뤘지만 그것은 손 회장의 웅대한 계획 중 일부분일 뿐이었다. 1990년대 중반에 M&A에 집주했고  세계최대 컴퓨터 전시행사 업체인 컴덱스를 인수했고 야후 등 컴퓨터 관련업계를 휘잡았다.

2010년 9월 창업30주년을 맞은 소프트뱅크는 자회사 117개 투자회사79개를 거느린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룹의 순매출은 10년 만에 2조 7,000억 엔으로 급증했고 앞으로30년 후에는 시가총액 200조 엔 계열사 5,000여개를 거느린 세계 톱 10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세우고 있다. “바로 눈앞을 보기 때문에 멀리를 느끼는 것입니다. 몇백 킬로미터 앞을 보세요. 그곳은 잔잔한 물결처럼 평온합니다. 나는 그런 장소에서 오늘을 지켜보고 사업을 하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손정의 회장이 장기적인 목표와 그에 따른 계획의 중요성에 대해서 한말이다.

또한 신림동의 4평짜리 구석진 식당에서 시작한 김순진 CEO ‘놀부보쌈’이라는 브랜드로 690여개의 직영점과 가맹점을 보유한 토종 프랜차이즈 한식놀부상품을 해외 13개국으로 수출하는 글로벌기업의 수장이야기는 남들이 모두 어렵기만 하다는 현실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짚어주는 명맥의 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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