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최병길 前광주로타리클럽 회장

바보경의 중요한 덕목은 ‘사교(社交)’이다. 누구와도 원만하게 처세하는 기교, 먹고사는 문제외에 가장어렵다면 사람관계일 것이다. 사람을 알고 사귀고 관계유지를 한다는 것이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참 어려운 것 같다.

더욱이 이해관계가 복잡한 현실 속 곳곳에는 충돌과 모순이 존재하며, 정판교의 ‘바보철학’은 이 모든 것에 대한 고차원적인 사교의 지혜이다. 바보철학은 우리에게 선한 인품과 충돌을 해결하는 지혜, 사람을 부드럽게 대하고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르친다.

또한 공통점을 추구하되, 차이를 인정하는 도량, 원한과 미움을 잊는 법을 가르쳐 준다. 이러한 관용의 지혜가 있음으로써 밝고 유쾌해질 수 있으며 이러한 예지의 책략이 있음으로써 우리의 생활이 희망으로 가득할 수 있다.

‘설착이 주착난(設着易 做着難)’ 말하기는 쉬워도 행하기는 어렵다. 삶의 어떤 일들은 시비(是非)와 곡직(曲直 사리에 맞음과 맞지 않음)을 분명히 가릴 수 없으며, 근본적으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는 일도 있다. 따라서 사람과 교류는 말하기는 쉬워도 행동으로 옮기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람을 사귈 때 반드시 천지를 감동 시키는 어수룩한 정신에 뿌리를 두고 성심으로 다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만이 여럿의 부류의 사람과 교류하여 친구로 만들 수 있다.(난득호도경 難得糊塗經) 친구를 사귈 때 가장 앞서는 것이 성심(誠心)이다. 성심은 하늘도 감동케 한다. 인간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비결은 바로 ‘성誠’이다.

천지가 유구하고, 국가가 서고, 성현의 덕이 장구한 것은 모두 誠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은 만사만물의 시작이자 끝이며 ‘성’이 없으면 만사만물도 없다. 성이란 글자 속에는 마음을 비우고 가슴을 넓혀 사심이나 잡념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성으로 대할 때 진실할 수 있고 누구에게도 속임을 당하지 않으며, 비로소 진정으로 친구를 사귈 수 있다. 따라서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나 자신부터 성실하고 허심탄회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성은 주위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단결하게 해줌으로써 큰 듯을 이룰 수 있게 한다. 사람의 본성은 원래 선량하여 거짓과 위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심을 가질 때 비로소 지신의 몸에서 허위의 악한 뿌리를 완전히 잘라버릴 수 있다. 이런 성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5가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진실해야 한다. 자신의 과실을 알고 이를 바로잡을 줄 알아야 하면 잘못을 바로 잡는 데 추호도 인색해서는 안 된다. 생각해 보라. 자신을 이기고 내면의 성실함에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둘째, 성실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과 수준을 알고 허명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 앙심을 품고 다른 사람을 해치려다가는 오히려 지신이 해를 당한다.

셋째, 성심을 가져야 한다. 성심으로 사람을 대하며 허심탄회한 태도로 처세를 해야 한다. 성실은 사람으로 하여금 용기를 갖게 하며 처음의 뜻을 잃지 않게 하며, 마침내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친구를 얻게 해준다. 마음을 비우면 거짓과 사견에 현혹되지 않으며 진심으로 받아들여지는 친구가 될 수 있다. 넷째, 성의가 있어야 한다. “정성이 닿으면 금석도 갈라진다”라는 말이 있다. 성의란 소박함이자 겸손함이다. 솔직하고 진실이 담겨 있는 말이다. 혹여 솔직하고 진실 된 말이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게 될 것이다.

다섯째, 사심이 없어야 한다. 친구에게 술수를 부린다거나 빈부를 구별하여 사람을 차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사적인 문제나 단점으로 상대방을 공격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한마디로 성심으로 사람을 대할 때 다른 사람도 비로소 당신을 성심으로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300여년전 정판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배반을 당하고 얼마나 쓴 인생을 살았으면 똑똑하되 어리석은척하고, 재능이 뛰어나되 뒤로 물러서고, 얼마나 따지는 인물을 보았으며 따지는 사람과는 상종을 하지 말라고 했는가, 인간사 대충은 절대 아니지만 적당히 물러서고 져주는 아량이 슬기로운 삶이며 사람과의 관계유지의 덕목이었을 것이다. 한 치도 양보 없고 똑똑해지는 집단속에서 무언가 어리숙한 척하며 사는 지혜를 길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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