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최병길 前광주로타리클럽 회장

‘후퇴를 전진으로 삼은 인생지혜의 보고’ 어리석은 척하고 서툰 척하며, 어눌한 척하라! ‘난득호도경’(難得糊塗經). 제1편 위인 (爲人) 사람-낮추는 생존의 기술 1편에서는 지기 싫어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총명함과 재주를 드러내는 순간, 다른 사람에 의해 ‘정을 맞는 모난 돌’이 된다는 것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제2편 판사(辦事) 물러섬으로써 전진하는 책략. 2편에서는 서로 대립하여 조화를 이룰 수 없고 모순관계에 있는 총명과 어리석음, 전진과 후퇴가 상호의존적이며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총명과 어리석음, 전진과 후퇴 사이에서 오묘한 지혜를 발휘하며 이들을 조화롭게 통합한다.

제3편 처세(處世) 화합의 원칙 3편에서는 사람과 일에 대해 따뜻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소한 잘못을 따지지 않고 다함께 화목하고자 하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어리석은 ’듯하나 사실은 ‘어수룩한 척하는 처세’의 지혜이다.

제4편 누구와도 원만하게 처세하는 기교  4편에서는 정판교의 ‘어수룩한 척하는 처세’란 비교적 높은 수양의 경지이며 더 나아가 지혜로운 처세의 태도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세상사 똑똑하고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사람 다중 앞에서 따지기 좋아하고 자기 의견에 중론을 모으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위에 따지기 좋아하고 자기 손해 손톱만치도 보지 않는 사람치고 과연 그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가 세상은 100점짜리는 없다. 따지고 싶고 손해보고 싶지 않은 것이 모든 사람의 본성이다.

하지만 그러게 한들 과연 나에게 오는 것이 정말 득만 있을까 맑은 물에 고기가 없듯이 너무 깔끔하면 경계를 하지 쉽게 다가서기가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인지상정이랄까 조금은 여유가 있어야 사람이 모이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바보경’ 우리는 모두 한평생 걱정 없이 편히 살기를 운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주다움과 같은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여러 해 동안 같이 일해온 동료가 돌연히 반목하는 적이 되고, 어제의 친구가 돌연히 낯을 붉히며 멀어진다. 실수하기가 무섭게 누군가 머리꼭지를 누르려들고, 승진하여 연봉이 오르거나 하면 누군가 뒤에서 모해를 하려든다. 그리고 상사는 자기의 호의를 모른다며 면박을 준다. 이런 순간이면 어느 누구는 가슴속에서 한숨이 터져 나올 것이다. 사람노릇 하기도 어렵고 세상살이도 쉽지 않다.

이런 갖가지 어려움 앞에서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대응하고 처신해야 할 것인가? 정판교는 300여년전에 이에 대한 완벽한 답안을 제시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난득호도(難得糊塗) 어수룩한 척하기는 어렵다. 중국인들 집집마다 에는 ‘난득호도’라고 쓰인 편액이 거실 벽에 걸려 있다. 하지만 이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조용히 되새겨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좋은 장사꾼은 깊이 감추어두는 것이 없는 것 같고, 군자는 덕이 성대해도 겉모습은 어리석은 자와 같다”, “참으로 용맹한 사람은 겁쟁이처럼 보이고,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어 보인다”, “좁은 길은 지날 때는 한걸음 물러서서 남이 먼저 지나게 하고, 기름지고 좋은 음식은 삼분을 덜어서 남이 맛보게 하라. 이것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방법 중 하나이다.”

이들 명언 속에는 공통된 연관성이 있다. 바로 정판교의 ‘난득호도’라는 한마디로 이들 명언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이다. 어수룩한 척하기는 어렵다. 어떤 사람은 일생을 살도록 사람노릇 하자면 때로 사람은 한평생 지나치게 신중하여 사소한 일로 그간의 모든 것을 수포로 만들어버린다. 또 어떤 사람은 줄곧 총명하게 살다가 한순간 어리석음으로 일생을 무너뜨린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겉으로는 어리석은 듯하나 사실은 지극히 총명하다(이것이야말로 어수룩한 척하기는 어렵다)는 이치의 최고의 경지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정판교의 처세 대지혜인 ‘난득호도’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했더라면 모든 난제들이 순조롭게 해결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은 고대 처세의 지혜와 현대 인간관계 형성의 정수를 하나로 결합시킨 것이다. 지혜로우나 어수룩한 척하고, 기교가 뛰어나나 서툰척하고, 언변이 뛰어나나 어눌한 척하고, 강하나 부드러운 척하고, 곧으나 휘어진 척하고, 전진하나 후퇴하는 척했던 옛사람들의 지혜를 통해 인간관계의 모든 면면을 살펴보고 있다.

점점 똑똑하기만 하는 세상 남에게 져서는 절대 안 되는 시대이지만 현명한 처세를 일궈주는 바보경의 처세방법을 우리는 한번쯤 되새겨볼 필요를 알려주는 진정함이 가득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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