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최병길 前광주로타리클럽 회장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때마다 할머니가 끓어 주시던 닭고기 스프와 똑같은 책을 발견했다. 따뜻함과 푸근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할머니의 닭고기 수프를 먹을 때처럼 나는 코를 훌쩍이며 이 책을 읽었다.

수백명의 재산가, 유명 인사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돈과 명성이 자동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복은 마음속에서 느껴져야 한다. 호주머니 속의 1백만 달러보다 마음속의 미소가 더 소중함을 나는 알았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는 당신의 마음속에 100만개의 미소를 심어 줄 것이다.

56개의 소재로 이루어진 내용은 단숨에 읽을 내용이 아니다. 나의 마음속과 함께하며 한소절씩 읽어갈때 비로서 이 책의 진정한 의미를 가슴속에 담아가는 삶의 진솔함을 갖게 한다. 우리가 흔히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미소가 사람의 생명과 직괄된다는 의미의 내용은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미소”- 사람에게 미소를 보내세요. 당신의 아내에게, 당신의 남편에게, 당신의 아이들에게,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세요. 그가 누구든지 그건 중요한지 않아요. 미소는 당신에게 서로에 대한 더 깊은 사랑을 갖게 해 줍니다(마더 테레사) ‘어린왕자’의 작가인 생떽쥐베리는 누구나 잘 아는 유명한 작가이다. 동화책 같으면서 어른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다. 그는 나치독일에 대항해서 싸운 전투기 조종사였으며, 전투 참가 중에 비행기 추락으로 목숨을 잃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스페인 내란에 참여해 파시스트들과 싸운 적이 있었다. 생떽쥐베리는 그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미소”라는 제목의 아름다운 단편소설을 썼다. “미소에서 생떽쥐베리는 전투 중에 적에게 포로가 되어 감방에 갇힌 적이 있었다. 간수들의 경멸어린 시선과 거친 태도로 보아 그가 다음날 처형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나는 죽으리라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극도로 신경이 곤두섰다.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고통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담배를 찾아 호주머니를 뒤졌다. 몸수색 때 발각되지 않은 게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서였다. 다행히 한 개비의 담배를 발견했다. 나는 손이 떨려서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데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그들이 모두 빼앗아 가 버린 것이다. 나는 창살 사이로 간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눈과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자와 누가 눈을 마주치려 하겠는가? 나는 그를 불러서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 주겠소?’

간수를 어깨를 으쓱하며 불을 붙여 주기 위해 걸어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성냥을 켜는 순간 무심결에 그의 시선이 내 시선과 마주쳤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신경이 곤두서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어색함을 피하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난 그 상황에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가슴속에 우리들 두 인간영혼 속에 하나의 불꽃이 점화되었다. 나의 미소는 창살을 넘어가 그의 입술에도 미소가 피어나게 했다. 그는 담뱃불을 붙여주면서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문득 그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도 자식이 있소?” “그럼요 있구말구요” 지갑을 꺼내 나의 가족사신을 보여주었고 그도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계획과 자식들에 대한 희망 등을 이야기 했다.나는 눈물이 그렁거렸고 다시는 내 가족을 만날 수 없게 될 것을 두려워했다.

난 그것을 간수에게 고백했다. 내 자식들이 성장해 가는 걸 지켜볼 수 없는 것이 무엇보다 슬프다고 했는데 이윽고 그의 눈에도 눈물이 어른거렸다. 갑자기 간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일어나더니 감옥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나를 조용히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소리 없이 감옥을 빠져나가 뒷길로 해서 마을 밖까지 나를 안내했다. 그런 다음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뒤돌아서서 마을로 걸어갔다. 한 번의 미소가 내 목숨을 구해 주었다.

그렇다 “미소”는 사람 사이에 꾸밈없고 자연스런 관계를 맺어 준다. 나는 강연을 할 때마다 청중들에게 생떽쥐베리의 이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우리가 비록 자기 주위에 온갖 보호막을 둘러친 채로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누구나 그 밑바닥 깊은 곳에는 진정한 인간이 살아 숨 쉰다고 난 믿기 때문이다. 나는 감히 그것을 “영혼”이라고 부르고 싶다. 당신의 영혼과 내 영혼이 서로를 알아본다면 우리는 결코 적이 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서로를 미워하거나 시기하거나 두려워할 수가 없다.

생떽쥐베리의 “미소”는 두 영혼이 서로를 알아보는 기적의 순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끔씩 그런 순간들을 경험한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한 예이다. 사랑을 하는 순간 우리는 모든 가식적인 껍질을 깨고 서로의 영혼과 연결된다.

아기를 볼 때 우리는 왜 미소를 짓는가? 아마도 그것은 아무런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지 않은 한 인간을 우리가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아무런 속임수 없이 순진무구함 속에 아기의 영혼이 그것을 알아보고 환하게 미소 짓는 것이다.

저작권자 © 광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