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문금자 광주문인협회 회원

말갛게 닦인 하늘가 백일홍 꽃잎 아래
오이는 구부러지고 강낭콩은 늙어간다

창문 너머 저 숲속 울어쌓는 새소리
세우비에 이슬 머금은 수줍은 풀꽃들

오후에 햇살은 살구꽃 그림자 드리운다

산을 오르면서도 풀지 못한 매듭 때문에
슬픈 기도로 꽉 차 있는 내 작은 머리통

집으로 돌아 와 감자를 삶아 먹어도
자꾸만 허기가 지고 무릎이 시리다

팔월에 나무들은 열매를 달고 서 있다
하지만 막막한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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