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최병길 前광주로타리클럽 회장

“나는 마라톤식으로 살아왔고, 마라톤식으로 기업을 이끌어 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마라톤 새싹을 키우기 위해 뒤에서 조용히 애써 왔다. 단숨에 빨리 달리기도 어렵지만, 오래 참으며 멀리 달리는 건 더욱 어렵다. 돈 벌기도 어렵지만 , 돈을 보람 있게 쓰기는 더 힘들다. 인생에서 내 것은 없다. 영원한 내 것은 없다. 내 것을 갖기 위해 일하며 투쟁했지만, 성취한 다음에는 남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내놓아야 한다. 열심히 바로 살기도 어렵지만, 깨끗하게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기도 힘든 일이다.”

삼성, 현대하면 누구나 알겠지만 코오롱하면 등산용품 아웃도어의 브랜드 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코오롱이 있기까지의 인생과 역사의 질곡은 드라마틱했고 70년 전후의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인생은 누구나 살기위해서 산다. 일제 강점기의 식민지로 나라를 잃은 국민의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창씨개명으로 이동찬이 ‘다나까 유끼오’로 일본유학당시에는 조센징이라는 치욕을 가슴에 채운 그 시대가 어찌 보면 그리 오래된 시간이 아니었다.

유별난 아버지의 돌발행동 으로 전답을 모두 팔아 사업하신다고 훌쩍 일본으로 떠나고 홀로 남은 어머니와 4대독자인 나와 누이동생의 삶은 어머니의 삵바느질로 겨우 연명하는 가난의 극치였다. 너무 가난한 그 시대 나뿐만 아닌 이웃모두가 가난이라는 협곡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였다.

8.15해방이 되고 남한과 북한이라는 이올데기의 혼란 속에 6.25동란을 격고 모든 나라가 잿더미가 되었던 1950년대 우리나라의 실상은 말이 아니었다. 그 틈에서 사업의 수완을 가진 아버지가 5.16혁명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서 공업화를 주장하며 영등포 구로공단창설을 하였고 첫 입주공장이 되었다.

한국에 최초로 나일론이라 질기고 질긴 천을 처음으로 도입한 기업, 생업으로 시작한 섬유업이 가업을 넘어 기업으로써 성장하는 과정은 당시 누구나 힘든 고초를 겪었던 기업의 형태였다. 모든 것이 정부주도 이루어졌고 공장설립과 수출만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었다. 당시의 GNP는 세계최저였고 오죽하면 박정희대통령이 필리핀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을까? 코오롱이라는 기업명도 코리아와 나이론을 합성한 이름이었다. 아버지가 사업의 선두였지만 아들과 숙부들이 나이론 원사와 직조에 최열정을 바쳤던 한국섬유의 최초의 길을 걸었다. 지금 우리가 지금 멋진 옷을 입을 수 있는 것은 개척자의 정신으로 혼열을 다했던 코오롱이라는 기업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후발업체들의 치열한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처음으로 노조가 생기고 전라인이 스톱되어 250억이라는 손실을 잃었을 때 신뢰와 소통으로 전 직원이 하나가되어 기업회생에 앞장섰던 기업가 이동찬 코오롱그룹회장은 결국에 이 기업은 내 개인 것이 아니며 앞으로 사회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열린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결코 문어발식이 아닌 기업으로서 사회에 책임을 지며 총경제인 연합회장 10년과 특히 한국마라톤 발전에 기여한 공은 길이 남을 것이다.

한국최초로 10분대를 경신한 황영조 선수가 코오롱직원으로 당당히 올림픽금메달을 획득하였다. 1927년 제1회 조선 육상선수권대회에서 마봉욱 선수가 3시간 29분 37초로 우승한 이래 우리건각들이 한 발짝 두 발짝 앞당겨 이제는 2시간 10분대를 넘어선 것을 보며 돈 벌어 제대로 쓴 보람이 크다고 한다. 사업의 정도(正道)는 무엇인가? 자기보다 강한 곳에 아부하고 약한 곳은 공략해서 눈치 보며 이익이 배가 되었다는 등 작태로 돈을 모으는 것은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땀 흘려 일하고자 하는 직원들과 합심하여 좋은 상품을 보다 싸게 생산, 판매해서 그 이익은 공개적으로 나누며 적정분 남긴 돈을 제조업 기술 개발에 고스란히 재투자해야 한다. 그러면서 성장해 가는 회사와 전문 인력들을 축적된 노하우와 함께 창업자의 품으로부터 사회와 국민 앞에 내놓는 것, 이것이 기업 경영의 정도(正道)라고 본다.

일본의 대동화전쟁의 총알받이로 가는 징용차출 일주일전 대가 끊어질까 혼례를 치루고 살기위해서 간부후보생시험으로 일본군장교가 되고 해방 후 치안유지와 지리산 공비토벌에 앞장섰던 경찰생활,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지독한 가난을 극복하며 생업을 한국최대의 섬유기업으로 키운 코오롱그룹의 이동찬 총수도 한 인간이었다.

올바름과 마라톤의 원리로 일생을 살며, 우리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을 하는데 평생을 바쳤던 그의 삶속에서 진정한 기업가의 정신과 올바른 국가관을 읽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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