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사고는 개인적 호불호에 의해서 같은 사안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말하는데, 즉 이 사고는 어떤 사안을 자신의 가치관과 스타일에 맞는 부분만 골라서 취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한비자의 세난편(신하의 처세술) 을 보면 이런 예화가 있다. 옛날 위나라에 미자하라는 궁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용모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갈이 왔다. 그녀는 급한 김에 어명이라 속이고 임금의 수레를 타고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당시 위나라 법에는 임금의 수레를 허가 없이 함부로 타는 자는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받게 되어있었다. 이튿날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은 크게 감탄하여 말했다. “효자로다. 어머니를 위하여 다리를 잘리는 형벌을 감수하다니!" 하면서 형벌 대신 상을 주었다.

그리고 또 초겨울 어느 날, 미자하는 왕과 함께 과수원을 노닐다가 아직 떨어지지 않고 용케 달려있는 복숭아 한 개를 발견하고는 따서 먹어보니 맛이 있었다. 그래서 한 입 베어먹은 복숭아를 맛있으니까 먹어보라고 왕에게 주었다. 왕은 “나를 사랑하도다. 자신의 입을 잊고 나를 주다니.” 하고 크게 칭찬하였다.

그러다가 차츰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아름다움이 시들고 왕의 총애가 엷어진 뒤에 그녀는 또 비슷한 잘못을 범하게 되었다. 왕이 말하기를 “이 자는 언젠가 나를 속이고 나의 수레를 탄적이 있었고, 또 전에 자기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먹인 일이 있었다.” 하면서 노발대발 벌을 주었다.

본시 미자하의 행동은 처음과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좋았다고 했던 것이 뒤에 죄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왕의 사랑이 미움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여기서 한비자가 말하고자 한 의도는 미자하가 (신하가) 왕의 마음(신임 또는 총애)가 변한 것을 미처 감지하지 못하고 행동했을 때 어떤 화가 미치는 가를 말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왕의 관점에서 바꾸어 보면 일종에 자기 감정에 따라 사안 본질을 다르게 보는 선택적 사고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선택적 사고는 개인이나 조직의 이해득실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좋은 본보기다. 전경련은 노동자들이 춘투다 뭐다 해서 파업하면 철저히 법대로 해줄 것을 검찰에 촉구하곤 한다. 그러나 불법 정치자금이 드러나면 이건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일이니까 정치적으로 해결해달라고 하소연하거나 강력한 사정은 우리나라 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은근히 협박하는 이중적 사고를 들어내곤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이중적인 선택적 사고는 정치인을 뽑는 우리나라 유권자에게 만연되어 있지 않나 싶다. 평상시는 이번만은 깨끗한 정치인, 능력 있는 정치인, 개혁적인 정치인을 뽑아야된다는 이성적 사고가 팽배해 있다가도 막상 선거일이 닥치면 지역감정, 지역 이기주의, 학연 등 선택적 사고를 넘지 못한 현상이 여지없이 드러나곤 했으니까 말이다.

이제 17대 총선이 불과 3일 남았다.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 총선보다도 제대로 뽑자는 열기가 높았던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이성적 사고가 선택적 사고를 넘어설 수 있을까?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심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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