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번데기 형제의 이별(離別) 

번데기 형제가 우애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형제는 우애가 남달라 인근의 칭찬이 참으로 자자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번데기 형제도 나이가 들어 형이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동생 번데기는 너무도 상심이 커 한없이 슬퍼서 울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형이 호랑나비가 된 것입니다. 죽은 형은 번데기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놀라운 차원의 변형을 경험한 것이었습니다. 번데기 입장에서는 도저히 꿈속에서도 생각지 못한 일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문득 형 번데기(아니 지금은 호랑나비)가 동생 번데기의 한없이 슬픈 모습을 바라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형은 슬퍼하는 동생이 한없이 측은하고 가엾어 동생 주변을 춤을 추며 맴돌며 날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슬프게도 동생은 형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형은 번데기와 나비는 다른 차원에 있음을 이내 느끼고 홀연히 동생곁을 떠나 나비의 세계로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가끔 어린시절 개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쟤들은 내가 보는 것을 느끼지 못하면서 자신들의 세계에 깊이 빠져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누구나 있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개미이고 개미인 우리를 지켜보는 넓고 깊은 또 다른 존재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무한한 우주의 경외심을 느껴본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봄이면 호랑나비 흰나비가 이리저리 춤을 추며 나부낄 때, 참으로 가끔은 나비가 다른 차원으로 가신 우리의 부모요, 형제요 자매의 몸짓임을 못 느끼며 우리가 살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을 가져볼 수 도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소중한 덕목은 자연계에 인간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사람간에도 서로간의 진면목을 바라보지 못할진대 어찌 우리가 우주만물 삼라만상을 바라볼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인간이 자기중심의 이기심을 비우고 깨어있고자 힘써, 저 우주멀리 안드로메다, 또다른 차원의 수많은 나비들이 손짓하고 춤추는 세계가 우리 곁에 항상함을 실감하진 못한다 해도, 꿈속에라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도록 자신만을 고집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박해권은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경제학 석사)을 마치고 (주)천하제일사료 구매부에 입사하여 해외원자재 선물거래 딜러로 활동하였다. 이후 '삐삐콜'이라는 무선호출안내장치를 개발하여 새로운 개념의 광고서비스 사업을 전개하는 (주)아드맥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고, 지금은 공동체문화 창조의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주)광주뉴스의 대표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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