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수일급(一首一級)

일수일급은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재상이었던 상앙이 처음으로 주창한 말인데, 적군 한 명을 죽일 때마다 그에 따른 상금을 준다는 일종의 아군에 대한 사기진작책이었다.

돈의 위력은 예나 지금이나 대단해서 진나라 군사는 적군 보기를 돈으로 보았을 테고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열심히 싸웠을 테니까 승승장구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진나라는 "참수 40만이다 "  "참수 6만이다 "는 등 전쟁 전과가 놀랍도록 상세히 기록돼 있는데 이것은 일수일급에 따른 상금을 지급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생긴 결과였다.

모두 아시다시피 진나라는 천하를 통일했다. 진나라가 패권을 차지할 할만큼 강력한 군대를 가질 수 있었던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일수일급도 큰 몫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보니까 다른 나라들도 앞다투어 그같은 방식을 따라 했을 것이다. 그것이 무슨 특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국운이 달린 전쟁에 관한 문제다 보니까 망설일 까닭이 조금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나라 군대로 인해 확실한 효과가 증명되었으므로 후대 왕조로 계속 이어지다가 현대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전쟁에서 일수일급과 같은 방법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진나라는 전쟁 전과를 상세히 기록해두었다고 했다. 그런데 기록된 적군 참수 숫자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즉 적군 참수 숫자 중에는 가짜가 많았다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도 그것을 교묘히 악용해 이득을 챙기는 파렴치한은 어느 시대고 있기 마련이었다. 다시 말해서 참수 숫자 중에는 적군이 아닌 힘없는 양민이나 심지어 아군 전사자의 머리가 적군 것으로 둔갑하여 파렴치한 병사들의 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주었을 가능성이 많았다는 말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현대 들어 1990년 대만에서 일어난 수전증(授田?) 소동에서 명확히 증명되었다.

수전증 소동이란, 장개석이 국공(國共)내전 때 "일수일급 "을 그대로 인용한 "일수일경 "을 국민당군에게 주겠노라고 약속한데 따른 후유증이었다. 여기서 일경이란 전답 백마지기를 말한다. 이를테면 공산군 한 명 사살하는데 전답 백마지기를 내전이 끝남과 동시에 주겠다는 말이고, 그때그때 전과를 증명해주는 것이 바로 수전증이었다. 그러나 장개석은 공산군에게 무참히 패해서 대만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그러한 수전증은 쓸모 없는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무리 휴지 조각이 되었다곤 하지만 병사들은 그것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대만으로 왔다. 그러다 마침내 공산당을 물리치고 대륙을 되찾을 가망성이 없어지자 그들은 국민당 정부에게 휴지를, 즉 부도수표를 매입해 줄 것을 요구하며 소란을 일으켰는데 이것이 바로 수전증 소동이었다.

그런데 국민당 정부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끝까지 살아 남아 대만까지 따라온 국민당 병사들은 그렇지 않은 병사들에 비해 극소수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소지한 수전증만으로도 대만 전답의 총면적을 넘는 실로 엄청난 숫자였다고 한다.

만약에 그들이 소지한 수전증에 기록된 전과가 모두 사실이라면 공산군은 씨도 남지 않고 전멸됐어야 옳았고,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달아나는 참담한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이는 무엇을 뜻하겠는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수전증에 기록된 전과는 대부분 가짜라는 의미이다.

이렇듯 일수일급을 처음 시행했던 2000년 전 진나라 병사나 마지막 단계에 이른 국민당군에 이르기까지 전공을 속여서 이득을 취하려는 파렴치한 병사들이 비일비재했다는 말이다.

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왔다. 참다운 일꾼임을 또는 일꾼이 될 것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이 저마다의 공적(전과)들을 좌판처럼 나열해놓고 유권자를 유혹할 게 분명하다. 그 중에는 재탕 삼탕 써먹은 지역감정을 교묘히 악용한 것도 있을 테고, 겉만 그럴 듯 할뿐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공적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남이 세워놓은 공적을 슬쩍 자기 것으로 둔갑시켜 놓는 경우까지도 없지 않을 터이다.

이제는 우리의 귀중한 한 표가 그런 가짜에게 현혹되어 엉뚱한 곳으로 가는 일은 없어야겠다. 그런 일이 잦아지다 보면 국민당 정부 꼴 나는 것은 시간 문제지 않겠는가? 물론 진정한 공적까지도 터부시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되겠지만.

저작권자 © 광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