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象水)의 계(計)
 

상수의 계는 "무형(無形)의 책(策)"과   "기다림의 묘(妙)"와 더불어 손자병법(孫子兵法)의 근간을 이루는 빅스리 중에 하나다.

상수는 "물의 본을 뜬다는" 뜻이다. 손자는 전투태세를 갖춤에 있어 물과 같아야 된다고 하였는데, 물은 높은 곳을 피하고 낮은 곳으로 흐르며 지형에 따라 굽이치기도 하고 쏜살같이 흐르는가 하면 유유히 흐르기도 하는 그런 성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전투태세는 일정한 형태가 있을 수 없으며 물의 형태처럼 적의 상태에 따라서 유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때 최종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수의 계를 중국 사람들은 "이상적인 조직(組織)은 물처럼 되어야 한다고 즐겨 활용했는데 그 중에서도 모택동의 조직론은 그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은 창조 이래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고 부인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구관이 명관이야 " 라든지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너무 없어! 말세야, 말세! " 또는 "옛날이 정말 좋았어 " 라는 소리를 흔히 듣고 자랐고, 자신도 나이가 들면 똑같은 말을 심심찮게 해댄다. 그런데 이러한 말들은 기원전 3세기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동안 이어진 말이라고 하니 인간의 보수 성향은 참으로 끈질기다 할 수 있다. 그래서 혁명은 쉬워도 개혁은 어렵다는 말이 생긴 듯 하다.

사람들의 속성이 이렇다 보니까 조직(組織)의 속성은 더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일단 조직은 어떠한 틀이 잡히게되면 웬만해서 바꾸기가 힘든데, 관료조직을 예로 들어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빈틈없이 짜여진 관료조직일수록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느리기 때문에 어떤 일을 추진하다보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조직으로 변해 버리기 일쑤다. 조직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도 자신이 목적이 되거나 주인공 행세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조직은 필연적으로 고정화되게끔 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조직이 동맥경화에 걸리지 않고 상황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려면 물처럼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상수의 계를 활용한 조직론의 지혜인 것이다.

현대인들은 군대들 간의 싸움만 전쟁이라고 하지 않고 경제를 일컬어 국경 없는 전쟁이니, 무역전쟁이니 하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아닌게아니라 자국 경제를 위한 국가들 간의 경쟁은 전쟁이상으로 피말리는 싸움일 뿐만 아니라, 같은 나라 기업들 간에도 밤낮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다 세계 상황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으며, 지구 반대쪽 나라에서 일어난 먼 사건도 민감하게 다가오는 시대다.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들썩이게 하고, 중국에서 일어난 건설붐이 세계 철자재 값을 천장부지로 치솟게 할지 옛날에는 어찌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얼마 전에 두 개의 단위농협이 스스로 해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아는 바와 같이 농협은 농민을 위해서 생겨난 조직이다. 그런데 "농협은 농협을 위해 존재 한다" 라는 불신이 농민들 사이에 널리 퍼진지는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다. 그런 조직이 우루과이라운드나 칠레협정 같은 큰 파고에 민첩하게 대응했을 리 없다. 이래저래 농민만 죽어난 셈이다. 어쩌면 두 단위농협의 자진 해체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이제 시작에 불과 한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농협중앙회에서는 이를 계기로 개혁코자 스스로 수술대에 눕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싶다.

그러나 솔직히 수술대 위에 누워야 되는 조직은 어디 농협뿐이겠는가. 따지고 보면 동맥경화가 중증에 다다른 조직은 도처에 널려있다. 굳어지다 못해 존재 이유가 헷갈리는 조직, 시대흐름에 발맞추기보다는 바위처럼 악착같이 버팅겨보려는 그런 조직 말이다.

대통령이 졸지에 할 일 없는 사람이 됐다. 물론 당분간이겠지만, 그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당리당략일까? 나 같은 범부가 보기엔 그저 헷갈릴 뿐이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추이에 따르면 아무래도 당리당략에 의한 자충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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