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최병길 前광주로타리클럽 회장

불우한 가정에서 지독한 가난과 고통 속에 자란 아빠와 서먹하기만 아들과 소통하기위해 떠난 도보여행의 이야기, 초등학생때부터 신문배달, 구두닦이 등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였지만 당시 가정형편은 너무나 냉혹했다.

성장한 어른이 되어서도 여러번의 실패로 가족과 떨어져 노숙자생활, 쪽방생활을 하면서 재기를 다짐하던 끝에 청소년의 문제를 주제로 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어느정도 구렁의 늪에서 나온 아버지는 아직 사춘기인 아들에게 도보여행을 권유한다.

가고 싶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따라나선다. 아버지의 고향 영덕에서 출발 부산까지 180km를 5박6일에 걸쳐 도보로 함께 걸으며 서로간의 소통의 시간을 이루는 홈드라마 같은 이야기이다.

7월의 장맛비와 간혹 비치는 햇살 청주에서 버스로 이동하여 영덕에서부터 장장의 도보가 시작이 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술고래, 싸움꾼, 한량으로 전락한 할아버지의 삶, 부산에서 만년필 펜촉공장을 차려 사업이 번성했던 시절도 있었단다. 하지만 공장이 화재로 전소되고 재기를 위해 모든 재산을 처분하여 투자하였지만 이미 시대가 만년필시대가 아니라 볼펜이라는 새로운 제품의 등장으로 할아버지의 사업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그때부터 집안의 몰락이 시작되고 병고와 빚 청산은 아들을 거리로 내 몰수밖에 없었단다. 모처럼의 여행에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소상히 듣던 아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인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준비, 도전, 위기, 열정, 발견, 성취라는 큰 단원으로 하나씩 펼쳐가는 아들과의 소통은 조금씩 변화를 해가고 있었다. 교회에 딸린 방에서 묵고, 민박집, 찜질방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도보여행이란 쉽지 않은 길을 비맞아가며 걸어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고향인 동해바다를 끼고 이왕이면 큰 도로보다는 가장 가까이 풍광을 거치는 도보길, 물에 젖은 운동화 부르트는 발, 서서히 몰려오는 통증, 근육통, 그냥 버스타고 가고 싶은 유혹이 물밀듯 찾아온다.

데드포인트 하루 30km이상 걷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고통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어린나이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아버지를 위안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뜨거운 사랑을 느낀다, 비 맞지 않고 크는 나무 없듯이 인생에는 갖은 격고와 인내 속에서 아름다움을 탄생시킨다. 젊었을 때 고생은 돈 주고 사서한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가르치고 경험을 갖는 소중한 시간이다.

성공이란 많은 경험 속에서 나온다고 한다. 많은 경험이란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격은 시간들의 누적물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최고의 유산은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누구나 쉽게 접하고 편한 것을 찾는 습관을 갖는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의 시기에 자기를 극복하는 습관을 익힌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고쳐가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사고관념을 실천하는 습관 ‘자기공부습관’을 지니는 것만큼 유익한 것은 없다고 한다.

윤선도, 정약용, 정약전 같은 분들이 공부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지 않았다면 그 긴 유배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겠나? 더구나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연구과 저술로 당대뿐만 아니라 후세에까지 영향을 주는 학문적 성과를 이룰 수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대화습관도 매우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사춘기가 오면서 대부분의 자녀들이 문 걸어 잠그고 자기만의 시간으로 빠져들며 극기야 부모들과 대화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짧은 시간들을 통해 말하는 습관, 대화하는 습관을 길러줌으로서 소통을 이어가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마지막 도착지까지 힘든 여정을 끝낸 아버지와 아들 ‘도전과 성취’라는 기쁨을 알게 된 시간은 너무나 중요했던 순간들이었다. 꼭 도보여행은 아닐지라도 자녀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이 나라를 이끌어갈 세대들과의 살아있는 이야기 좋은 습관을 들이는 아름다움이 이어져가는 우리가정,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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